[클로즈업] 사나이 우는 마음 우리는 안다 스포츠투데이 2001.02.12

스포츠투데이 2001.02.12
[클로즈업] 사나이 우는 마음 우리는 안다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 남자가 흘리는 눈물은 예사롭지 않기에 그것은 더욱 진한 감정을 담고 있는 듯 보인다. 여기 그 진한 감정에서 우러나는 눈물을 흘리는 남자들이 있다. 이병헌,이정재,박신양이 그들이다. 이들의 눈물은 가장 절박하고 가장 안타까우며 가장 슬픈 것인 양 비친다.

주도면밀한 관객이라면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제작 눈엔터테인먼트) 속에서 이병헌이 ‘똑’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을 기억할 것이다. 17년 전 자신을 떠난 첫사랑(이은주)의 흔적이 지금,동성인 자신의 제자에게서 드러남을 아내에게 고백할 때,“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며 자신의 영원한 첫사랑의 아픔을 내뱉을 때 그가 희미한 불빛 아래서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은 안타까운 눈물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만큼,믿어지지 않는 첫사랑의 그림자가 어느새 동성인 제자의 영혼 속에 들어 있음을 확인하는 아픔. 멀리서 봐도 이병헌의 눈물은 굵게 방울지어 떨어지는데 그 속에 담긴 안타까움이 실감난다. 지나간 첫사랑에 대한 질기고도 아픈 기억이 다시 되살아난다는 사실에 몸부림치는 관객들은 그래서 이병헌의 굵고도 안타까운 한 방울의 눈물에 공감한다.

이정재가 흘리는 눈물은 웃음 속에 가려진 슬픔의 눈물이다. 오는 3월24일 개봉되는 영화 ‘선물’(감독 오기환·제작 좋은영화)에서 그의 눈물은 웃음 속에 가려져 있다. 눈물은커녕 웃음조차 잃고 무덤덤한 일상을 살아가던 무명 개그맨이 아내(이영애)가 불치병에 걸린 것과,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아내의 슬픔과 사랑을 알아차린 뒤에는 더 이상 무덤덤한 일상을 살지 못한다. 그리고 아내를 위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절대 포기하지마. 당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잖아”라는 아내의 당부는 결국 남편 이정재의 웃음 속 눈물을 일궈낸다. 그렇기에 뼈저린 아픔을 감춘 채 아내를 위해 무대에 서야 하는 그의 눈물은 더없이 슬퍼보인다.

박신양의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것으로 다가온다. 4월 개봉될 예정인 영화 ‘인디안 썸머’(감독 노효정·제작 싸이더스)에서 그는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사형수(이미연)의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사. 두 사람의 만남은 사랑으로 이어지지만 그것은 이미 슬픔을 예고하고 있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미연이 쇠창살 저편으로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서 있지 말아요. 살고 싶어질 테니까”라며 속으로 울부짖으면 이내 “뒤돌아보지 말아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눈물로 답하는 남자 박신양. 그의 눈물은 피할 수 없는 사랑과,사랑하는 여인의 예정된 죽음과 마주한 남자의 절박함을 담고 있다.

/윤여수 tadada@sportstoday.co.kr

  Absolute number:10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