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장동건 '외모보다 연기 '일간 스포츠 2001년 2월 28일

일간 스포츠 2001년 2월 28일

이병헌-장동건 '외모보다 연기'

미남 콤플렉스 깨고 진정한 연기자로
남자 배우에게 '조각처럼 잘 생긴 얼굴'은 도리어 단점이 된다. 할리우드 톱스타를 살펴봐도 톰 크루즈 외엔 조각 같은 얼굴의 소유자가 없다. 도리어 대머리 브루스 윌리스, 수박 머리의 톰 행크스 등이 최정상급 남자 배우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잘생겼다기 보다 호감 넘치는 안성기 박중훈 한석규 등이 군림하고 있다. 최근 급부상한 송강호 설경구 유지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장동건 이병헌의 콤플렉스

이병헌(31) 장동건(29)처럼 잘 생긴 배우들이 겪었던 콤플렉스는 상당했다. '미남 콤플렉스라니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어이없어 할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스타 아닌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면 '미남'은 도리어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장동건과 이병헌은 서른 살 즈음해 탁월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거듭났다.

지난 95년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로 스크린 데뷔한 이병헌은 정말 '미치게 만드는' 작품성과 한데 묶여 심각한 좌절을 겪었다. '나는 배우로는 함량 미달인가'라는 회의가 들 정도로 좌절이 계속됐다. 그가 배우로 비로소 가능성을 확인한 작품은 <내 마음의 풍금>이었다. 그 후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연거푸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장동건의 데뷔 영화는 96년의 <패자 부활전>. 그의 청춘 스타 이미지에 기댄 기획 상품에 불과했으니 당시의 그는 '배우'가 아니었다. 그가 배우가 된 것은 극 중에서 일찌감치 죽어 사라지는 <인정 사정 볼 것 없다>와 <아나키스트>였다. 두 작품에서 그는 배우의 '싹'을 처음으로 보여줬고, 한 달 뒤 개봉할 <친구>에선 활짝 핀 연기력을 과시한다.


이병헌의 '번지 점프'

<번지 점프를 하다>는 '곡예'를 하듯 만들어진 영화다. 제작진은 분명 남녀간 불멸의 사랑을 그리고자 했고, 그 불멸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기 위해 17년 뒤 남자 제자에게서 옛 애인의 흔적을 발견하는 극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 장치는 자칫하면 동성애로 오인될 수 있는 위험한 장치였다. 물론 제작진이 동성애를 터부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남녀간 사랑을 그리고자 하는 의도에서 벗어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런 감정 표현의 곡예를 <번지 점프를 하다>는 훌륭히 소화해냈다. 이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병헌의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취다.

어린 남학생을 붙잡고 "나는 너를 느끼는데, 넌 왜 날 못느끼는 거야"라고 울먹이는 이병헌의 감정 톤이 정확했기에 <번지 점프를 하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었다.

중약...

정경문 기자 moonj@


20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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