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 점프를 해봤더니...<번지 점프를 하다> 첫 기자 시사 열려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제목과 ‘퓨전 멜로’라는 알쏭달쏭한 장르로 감춰져 있던 <번지 점프를 하다>가 15일 서울 시네코아 극장에서 첫 기자시사회를 열고 그 실체를 드러냈다. 영화사와 홍보사가 제작과정에서 영화의 내용을 전면공개하기를 꺼려왔고, '동성애 영화'라는 소문도 나돌았던 터라 이날 시사회에 쏠린 관심은 더욱 컸다. 시사회장에는 김대승 감독을 비롯,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병헌과 이은주 등 출연배우 4명이 참석했다. 김대승 감독은 시사회에 앞서 가진 무대인사에서 "1,000명이 보면 1,000개의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며 운을 뗐다. <번지 점프를 하다>는 대학시절 사랑했던 연인 태희(이은주)와 헤어지게 된 인우(이병헌)가 교사가 된 13년후 남학생으로 환생한 태희를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남교사와 남학생의 사랑이라는 표면적인 설정 만큼은 일단 동성애적 코드를 드러내긴 했지만 몇번의 생을 반복해도 서로를 알아보는, '윤회'라는 고전적 사랑의 테마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시사회가 끝난 뒤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간단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 이병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촬영을 하는 내내 <번지 점프를 하다>가 동성애 영화로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때문에 배역 선택이 이미지 관리에 해가 된다거나 득이 된다는 생각도 없었다. 영화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럴수록 연기는 사실적으로 가야 했다. 난 특정 장르에 강한 배우보다는 사실적인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었기에 '인우' 역에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첫 시사회를 여는 오늘은 관객들이 혹시 내용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인우가 현빈에게 구애를 하는 장면에서는 온 신경이 곤두섰다. * 김대승 감독 인우가 환생한 태희를 발견하는 인물이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상관없었다. 이 영화는 동성애 영화가 아니라 몇번을 죽고 태어나도 진정한 사랑은 하나라는 얘기를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단지 이런 사랑이 특별하고 운명적인 것이라는 걸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남학생이라는 설정이 유효할 것 같았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관객들이 편견을 잦지 않을까 해서 영화의 내용을 비밀로 했던 것이다. <번지 점프를 하다>가 자작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그냥 뻔한 멜로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도 함께 참여할 수 있었고 ’80년대’나 ‘동성애’ 등의 거친 소재를 멜로에 녹여볼 수 있어서 행복한 데뷔작이라고 생각한다. * 최낙권 눈엔터테인먼트 대표 처음 고은님 작가에게서 두 쪽짜리 기획안을 받았을 땐 나도 “동성애 영화 아니야?”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고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TB네트워크로부터 투자 승인도 한번에 받아냈을 정도로 소재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그렇지만 상업영화이다 보니 ‘동성애’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을 감추는 게 좋겠다고 판단을 했고 <식스 센스>처럼 반전의 효과를 내자면 숨기는 마케팅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2001.01.15 / 한승희 기자   Absolute number: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