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를 하다’ 는… - 2001/01/26 문화일보 < 문화일보 >   ‘번지점프를 하다’ 는…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 제작 눈 엔터테인먼트)는 첫사랑이란 멜로영화의 통속적인 소재를 취하면서도 상큼하고 세련된 장르비틀기를 시도한 작품이다. 전생에서 지극히 사랑했던 사람이 다음 생에서 자신과 똑같은 성(性)으로 태어난다면 과연 다시 사랑할 수있을 것인가. 윤회에 대한 재미난 발상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영원한 사랑과 영혼의 동반자인 솔메이트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는다. 특히 서인우(이병헌)가 고등학생 제자 여현수(임현빈)와 윤회의 속으로 ‘번지점프하는’ 마지막 장면은 ‘와호장룡’에서 용(장지이)이 절벽아래로 떨어지는 끝부분의 강렬한 여운까지는 아니지만 잔잔한 정서적 울림을 남긴다. 83년, 국문과 2학년 서인우(이병헌)는 같은 학교 조소과 2학년 인태희(이은주)에게 한눈에 반한다. 두 사람의 만남과 첫사랑을 그려나가던 초반부를 넘기면 영화는 갑자기 2000년으로 건너뛴다. 인우는 고등학교 교사가 됐고, 태희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둔 가장이다. 인우의 안정된 일상은 담임반 남학생 현수에게서 17년전 사라진 태희를 느끼기 시작하며 무너져내린다. 제작기간중 동성애 영화란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던 이 영화는 장르영화의 상투성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지난해말부터 쏟아지는 국산 멜로영화들 중 단연 돋보인다. 다만 초반부에서 묘사되는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영겁을 뛰어넘을만큼 절절한 것이었다는 후반부의 설정을 받쳐주기엔 다소 평범한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오애리 기자 - aeri@munhwa.co.kr > 2001/01/26   Absolute number: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