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를 하다` 태희역 이은주 - 1월26일 문화일보 SBS TV 드라마 ‘카이스트’와 영화데뷔작 ‘송어’(감독 박종원), ‘오 수정’ 등 불과 몇편의 출연작을 가진 이은주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표현하기 어려운 서늘함이 감도는 독특한 연기자다. “어렸을 때부터 말수가 없어선지 차갑다는 오해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첫학기 첫수업시간에 제 인상이 무서웠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하지만 조금만 친해지면 저같은 푼수도 없다고들 해요.” 요즘 이은주는 실제 자신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역할로 관객과의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작품은 오는 2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 그가 연기하는 80년대 초반의 평범한 미대생 인태희는 상대역 이병헌이 맡은 국문과 학생 서인우와 첫사랑을 키워나간다.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이은주는 머리를 길게 기르고 생전 처음 웨이브파마도 했다. 이 영화에서 태희가 나오는 장면은 약 1/3에 불과하지만, 인우의 ‘솔메이트’로서 영겁을 뛰어넘어 사랑을 나눌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다. 솔메이트의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없이 “물론이죠. 만약 사랑에 빠진다면 ‘이 사람이 솔메이트다‘라고 믿어버릴 것같아요”라고 웃었다. “촬영내내 ‘나는 지금 정말 인우와 사랑에 빠졌다’란 주문을 걸고 다녔어요. 내 안에 있는 여성적 면을 그대로 표현하면 됐기 때문에 연기하기 편했죠. 그런데도 요즘 개봉을 앞두고 유난히 긴장되네요.‘송어’와 ‘오 수정’ 때는 대선배 연기자들과 감독님의 그늘 아래 편하게 있으면 됐는데 이번엔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어서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이은주의 길지 않은 연기경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역시 박종원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다. 두 감독으로부터 “여유와 노련함,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의 중요성을 배웠다”는 그는 “TV보다는 기다림과 배움의 즐거움이 있는 영화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난해 ‘오! 수정’과 함께 칸국제영화제에 갔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터져버릴 것처럼 흥분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칸에 다녀온 후 터무니없이 큰 꿈이 생겨버렸어요. 바로 할리우드를 포함한 세계진출이에요. 칸의 한 파티장에서 ‘와호장룡’의 양자경과 스친 적이 있는데, 동양인 배우로서 서양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것을 보면서 ‘왜 나는 저렇게 되면 안되는 것이지’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돌아오자마자 영어공부부터 시작했죠. 우리 영화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스타가 되고 싶은데 너무 큰 욕심일까요.” 〈영화=오애리 기자〉2001/01/26   Absolute number: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