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와 CJ의 기묘한 경쟁, 이상한 변화 <번지점프를 하다> Vs. <캐스트 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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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와 CJ의 기묘한 경쟁, 이상한 변화
 
 
 
<번지점프를 하다> Vs. <캐스트 어웨이>
 
2001.01.31 / 오동진 기자 
 
이번 <번지점프를 하다> Vs. <캐스트 어웨이>의 흥행대결은 국내 정상의 제작배급사와 금융투자사와의 관계 변화뿐 아니라 직배사의 활동 영역, 더 나아가 직배사와 한국영화사들과의 관계까지에도 일대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말 개봉될 우리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와 외화 <캐스트 어웨이>가 2월 극장가 선점을 놓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서울 33개 스크린, 전국 80여개 스크린을 확보했으며 <캐스트 어웨이>는 이를 상회하는, 서울 40개 전국 105개 스크린을 잡았다. 예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캐스트 어웨이>는 메가 박스와 CGV11 등 서울 강남권 극장에서 '날개 돋힌듯' 표가 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두 극장에서만 1천장 이상의 예매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가에서는 통상 1천장 예매의 경우 개봉후에는 백만 관객이 동원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캐스트 어웨이>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제작사인 미국 '드림웍스'사에 한국의 예상 관객수를 70만으로 고지한 상태. 하지만 이 영화가 70만명만 동원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CJ내에 거의 없어 보인다. 이에 비해 <번지 점프를 하다>는 강남권 대신 시내 서울극장에서 <캐스트 어웨이>를 앞서가고 있다. 티켓 예매수는 현재까지 2백여장 정도.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다>를 각각 투자, 제작한 KTB네트워크와 눈엔터테인먼트측은 오히려 개봉후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일단 '뚜껑이 열리면' 상승기류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당연히, 홍보전도 치열하다. 두 작품은 연일 일간지 전면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확산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번지점프를 하다>가 <캐스트 어웨이>에 조금 뒤처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번지점프를 하다>의 홍보를 맡고 있는 '아트 로드'는 개봉 일주일을 앞두고 대규모 시사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일반관객들의 '입소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술이다. 사실, 이 영화의 경우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이 완성된 직후까지 '최대한 영화를 알리지 않는다'는 '비밀주의 전략'을 구사했었다. 하지만 그같은 방법이 오히려 영화 인지도 확산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고 판단, 영화 내용을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뒤늦게 확대한 시사회 반응은 자체 분석 결과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독창성에 큰 점수를 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사가 개봉후 결과를 비교적 낙관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하지만, 두 영화의 흥행대결에 영화계가 눈과 귀를 바짝 치켜들고 있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CJ엔터테인먼트와 KTB 네트워크의 파트너십에 일대 변화가 일지 않겠느냐는 예상때문이다. 금융벤처캐피탈인 KTB네트워크는 그동안 다수의 국내영화에 부분적인 투자지원을 해왔으며 특히 CJ엔터테인먼트 제작배급 작품에는 거의 대부분 '돈을 걸어' 왔었다. CJ역시 KTB의 투자지원 작품의 경우 '흔쾌히' 배급대행을 담당하는 등 두 회사간의 관계는 '밀월'에 가까웠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두 회사간의 '협력작'으로는 <단적비연수>와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있으며 후반작업중인 <무사>도 이에 해당한다. 임상수감독의 <눈물>은 CJ가 배급대행을 맡았던 작품.

그러나 <번지점프를 하다>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KTB네트워크로서는 처음으로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KTB는 이 작품의 흥행 여하에 따라 한국영화 투자에 대한 규모, 방식 등을 '공세적'으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영화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같은 상황에서 <번지점프를 하다>의 배급을 CJ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직배사인 월트 디즈니에게 맡긴 것은 영화계 호사가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이는 KTB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CJ엔터테인먼트의 독주를 뒷받침하는 역할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CJ는 지난 1년간을 통해 국내 영화계에서의 입지를 대폭 확장했으며 올 한해를 기점으로 '파워 1인자'로서의 위상을 정복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바로 그점 때문에 KTB가 경계의 눈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KTB와 같은 투자사의 경우 시장이 한 회사에 의해 지나치게 독점화되는 것은 오히려 투자에 대한 위험도가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 영화시장의 패권 향방을 놓고 저울질에 들어간 두 회사의 틈새에 직배사가 끼어 들었다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지난 2년간 <연풍연가> 등 4,5편의 한국영화 배급을 담당해 왔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디즈니를 비롯, 콜롬비아 등 국내에 진출해 있는 헐리우드 직배사들은 최근 한국영화 컨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자사 영화의 원활한 배급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극장들에게 쿼터 일수를 채울 수 있는 한국영화를 공급해 줘야만이 자사 영화들을 보다 쉽게 배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번지점프를 하다> Vs. <캐스트 어웨이>의 흥행대결은 국내 정상의 제작배급사와 금융투자사와의 관계 변화뿐 아니라 직배사의 활동 영역, 더 나아가 직배사와 한국영화사들과의 관계까지에도 일대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더이상 한국영화시장을 '직배사 Vs. 한국영화사', '메이저 배급사 Vs. 군소 배급업자'같은 단순도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국 영화계를 올바로 이해하는 척도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정치판 논리를 하루빨리 습득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논리는, 바로 거기서 나온다. 하지만 관객들로서는 그런 복잡한 노선을 모두 다 알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장내 '들끓는' 변화 움직임이 양질의 우수한 영화를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한 '기묘한 결합'이든 '이상한 결별'이든 하등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영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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