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를 하다’ 영혼이라도 다시 만날수만 있다면… 스포츠투데이 200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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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지점프를 하다’ 영혼이라도 다시 만날수만 있다면…

[연예오락, 영화] 2001.02.02 (금) 11:06

 사랑에 관한 모든 표현이 이처럼 한꺼번에 가능할까.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 같고 운명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랑.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제작 눈 엔터테인먼트)는 사랑에 관한 모든 표현을 아우르고 있는 듯하다.

83년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 대학생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의 사랑은 마치 탈색된 앨범 속에서나 떠올릴 수 있는 진한 추억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 애잔하고 따뜻하다. 태희에게 사랑 고백을 하며 뒤돌아 달려가는 인우의 어설픈 모습,첫경험을 앞두고 연방 딸꾹질을 해대는 인우의 수줍음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자라나지만 이내 진한 첫사랑의 그림자를 남기고 사라진다.

17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서 첫사랑의 희미한 그림자를 발견해 내는 인우. 17년 전 입영 전야,자신을 만나러 오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태희는 어이없게도 제자인 남학생 현빈(여현수)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고 인우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는 순간에까지 다다른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동성애 코드를 슬며시 끼워넣은 듯해 보이고 개봉도 되기 전에 휩싸였던 동성애 논란 역시 어느 정도 사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관객의 분명한 오해임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는 너를 알아보는데 왜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니”라며 울부짖는 인우의 안타까움과 고통은 이내 관객들의 가슴에 첫사랑의 진한 아픔을 떠올리게 하며 최대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긴 호흡의 카메라 워킹 속에 담긴 탈색된 이미지의 과거와 현실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교차편집의 묘미는 이런 오해를 말끔히 씻어내는 데 단단히 한몫 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석 같은 대사로 가득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작가 고은님)는 한국 멜로영화의 어법을 단숨에 바꿔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듯해 보인다. 저 먼 아래에까지 뛰어내렸다 이내 다시 튀어오르는 ‘번지점프’처럼 이 시나리오는 예상치 못한 신선한 멜로의 어법을 제시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초반부에 다소 튀는 듯한 편집이 ‘옥에티’처럼 보이는데 이마저 이병헌,이은주 등 배우들의 자연스럽고도 충실한 연기에 가려지고 영화는 비현실적일 듯한 내용과 ‘사랑은 운명적인 것’이라는 상투적인 메시지를 현실적으로 전하는 데 성공했다. 3일 개봉.

/윤여수 tadada@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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